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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포렌식

디테일의힘 2025. 3. 2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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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배기의 기억도 사라지지 않는다 – ‘영아기 기억상실’의 비밀



우리는 왜 아기였을 때의 기억이 없을까요?

“나는 언제 처음으로 엄마를 봤을까?” “처음으로 걷던 순간은 어땠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후 3년 동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 현상은 오래전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영아기 기억상실(infantile amnesia)’**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무려 100년이 넘도록, 과학자들은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는, 우리가 단순히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아기들도 기억한다! 다만 꺼내지 못할 뿐

예일대학교의 니콜라스 터크-브라운 교수 연구팀은 생후 4개월부터 25개월까지의 아기 26명을 대상으로 기억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아기들에게 사람 얼굴, 사물, 풍경 등을 보여주고, 시선의 반응을 통해 기억 여부를 추적했죠. 실험은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장비를 활용해, 아기의 뇌, 특히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의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생후 12개월 전후의 아기들조차도 이미 '기억'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포착된 것입니다. 한 번 본 이미지를 다시 볼 때, 아기의 해마가 분명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기억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죠.

즉,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은 이미 작동하고 있지만, 나중에 그 기억을 꺼내는 ‘인출’ 능력이 부족해서 기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한 셈입니다.

아기 시절 기억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 연구는 동물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습니다. 생쥐의 경우, 아기 때의 기억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떠오르지 않지만, 외부 자극을 주면 기억이 다시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토론토대의 폴 프랭클랜드 교수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 “영아기 기억상실은 기억을 아예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형성된 기억을 인출하는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뇌 어딘가에 저장돼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나 자극이 있다면, 언젠가 그 기억이 떠오를지도요.

우리 모두 ‘기억’을 품고 태어난다

이 연구는 단순한 과학적 발견을 넘어, 우리가 기억과 인간 발달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만듭니다. 아기들도 감정을 느끼고, 경험을 축적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죠.

혹시 당신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아주 오래된 감정이나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어릴 적의 진짜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기억은 사라진 게 아닙니다. 꺼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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